생필품의 세계에 장인은 필요없다 !! 지난 이야기



디테일이 아쉬운 제품, 내구성이 부족한 제품. 당장, 당분간 쓸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이 없는 제품. 당분간 쓸 수 있는 싼값의 상품은 가성비가 좋아 보여 구입하게 된다.


소모품은 어떤 것을 말할까? 정전기 청소포, 지퍼락 봉지, 종이 커피 필터, 물티슈, 화장지, 화장솜, 이쑤시게, 종이컵, 나무젓가락.


그렇다면, 1년 ~ 2년 정도 사용하니 잦은 고장이나 부속이 떨어져 나가 새 것을 사야하는 가전제품은 소모품일까 아닐까?  1년도 안되어 음식이 눌어붙고 검은 자국이 지워지지 않는 프라이팬은 소모품인가? 실수로 커피를 쏟아 끈적끈적해졌는데 청소도 할 수 없는 키보드는 소모품일까?


“가전제품, 프라이팬, 키보드 관리가 미숙해서“


라고 한다면, 제품을 살 때 동봉되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제품 매뉴얼대로 유지보수를 한다면, 기존 1~2년 사용하던 제품을 2~4년 사용할 수 있게 될까? 만일 그렇다면 기업은 판매 기회가 줄어들 텐데. 내구성 있어 관리만 잘하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팔면 양심적인 기업이 될 수 있지만, 사업 기회를 스스로 갈아먹은 기업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이라면, 지속적으로 신규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기업이 유지될 것이다. 아니면 다른 종류의 제품을 동일한 품질로 만들어 다각화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양심적인 기업은 다각화를 선택하겠지만, 이는 새로운 생산 라인을 하나 더 구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렇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잘 만들어진 제품’을 유지 관리하는 기술을 배워서라도 오래도록 사용하고 싶다. 그래서 세상엔 명품이라 지칭 받는 상품이 있나 보다. 패션의 명품은 매년 혹은 시즌마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낸다. 같은 카테고리에서. 기존의 소유 상품이 멀쩡한 대도 트렌드를 이유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솜씨 좋은 장인이 시간을 들여 무두질 한 가죽 제품은 장롱 제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장인의 솜씨가 아무리 좋아도 트렌드에 이길 수 없다는 공식을 만들어 낼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생활공간으로 눈을 돌려보자. 미니멀한가? 중복 소유한 상품은 없는지 묻는 것이다. 밥주걱은 하나면 된다. 그런데 이전에 쓰던 것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 가끔 지금 쓰던 주걱의 보관을 소홀히 해 있는 곳을 잊었다면 예전의 주걱을 잠시 쓰고 ‘버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지금 사용하고 있는 주걱이 애착이 가지 않는, 우리가 호흡하며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오염시키는 공기처럼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 컴퓨터, 애인, 자녀는 끊임없이 돈을 먹는 존재들이라 생각한 적 있는가? 자동차는 정기적인 점검이 필수적이다.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받고, 일정 주행 거리에 따라 엔진 오일을 갈며, 1주일에 한 번 혹은 이동이 많았다면 1주일에 2번 주유소에 간다. 와이퍼 날이 소모됐을 때는 교체해야 한다. 세차장에서 청소도 한다. 세균 제거를 위해 전문 세차장에 맡긴다.

주기적으로 불필요 파일을 지우고, 백신으로 점검을 하고, 불필요 메모리 공간을 제거해 성능을 높인다. OS가 업그레이드되거나 애플리케이션이 업그레이드되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행한다. 그러다 속도 저하에 눈에 띄거나 하드 디스크에 복구 안 되는 불량 섹터가 늘어나면, 혹은 저장한 자료가 많아지면 외부 보조 하드디스크를 산다. 기존 자료를 백업하기 위해 DVD-ROM을 구입한다. 무엇보다도 사용한 만큼 전기세를 내야하고, 정액제 인터넷 서비스 비용을 지불한다.

이번에 새로 알려진 맛 집에서 데이트한다. 1인당 3만원 안팎의 식사비에 1인당 5천원 내외의 커피값, 그리고 차비나 주유비. 특별한 날에는 선물, 만나러 가는 교통비, 만나서 이동할 때 드는 교통비, 술 값, 커피 값, 모텔비.

모유를 떼니 주기적으로 분유 값이 든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니 옷도 자주 사게 된다. 위생을 위해 젖병 등의 단가가 높다. 유치원갈 나이가 되면 유치원비, 조기 영어 학원비, 발레나 피아노 학원비, 친구들을 초대한 생일잔치, 성장에 필요한 별도의 식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1~2년에 가전이나 제조품을 구입해 생활에 활용한다. 


만일, 제조사에 숙련된 기술자가 있고, 그가 다양한 경험과 조사 인원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라 디테일이 살아 있는, 군살 없는, 양질의 상품을 만들어 낸다면 소비자의 소비 기회는 절약 기회로 변할 수 있다. 디테일이 강한 제품은 ‘잘 모르고 이해도 잘 못하는’ 소비자라도 쉽게 유지보수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애프터서비스 인건비를 절감하여 가격을 보다 합리화할 수 있다. 유명 셰프가 10년 이상을 사용해 세월이 오래됨이 묻은 조리 기구처럼, 우리 가장에도 추억이 깃든, 스토리가 있는 제품들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도 그런 제품을 보며 앞으로 자신이 만들어 낼 상품, 즉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만드는 것이 ‘기본’일 지를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생필품의 세계는 세상에 하나 뿐인 예술품을 만드는 장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오래도록 잘 관리하며 사용할 숙련자의 상품을 필요로 한다. 2만 원짜리 커피메이커가, 끓는 물을 처음에 약간만 커피가루에 뿌린 후 인터벌을 30초 정도 갖는다면? 손으로 드립을 하는 것과 같이 커피가루의 세포들이 활짝 열려 더 나은 맛의 커피가 포트에 담길 것이다. 그리고 바닥의 열판이 뜨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바이메탈 비용으로 2만 원 이상의 커피메이커가 될 수도 있겠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저렴한 커피메이커가 되지 않을까? 커피를 흘려도 흐르는 온수를 흘려보내면 내부가 깨끗해지는 키보드는 어떨까?(잉크, 본드가 해당 사항 없다는 것은 알겠지?)


숙련자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품질을 타협하지 않는, 부여된 비용에서 최고의 상품을 만들려는 장인 기질이 필요하다. 오히려 오래도록 쓸 수 있는 품질 좋고 관리가 쉬운 상품일수록 브랜드 가치는 높아져 반복 구매의 기회를 열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평소에는 신뢰를 할 정도의 활동이 없는데 ‘고객 신뢰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ㅇㅇㅇ’라는 허명 같은 구호 말고, 상품을 접하면 신뢰가 생기는 기회가 우리 주위에 많아졌으면 싶다. 우리 제품이 더 좋아요 라는 메시지를 CM이 아니라 상품으로 보여주는, 숙련자가 가득한 기업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제품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는 매체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Photo by Nick Karvoun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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