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의 미래 식당 사람의 시간들



*고바야시 세카이 / 당신의 보통에 맞추어 드립니다.

고바야시 세카이의 미래 식당은 '구상, 실험, 그리고 오픈 소스'의 장이다. 식당이라는 공간에서 고객들이 어떤 가치를 어떻게 가져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험하고 실행한 결과를 모아 책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개한다. 그리고 피드백을 기다린다. 식당에서 오픈 소스라니, 수십 년 식당을 운영한 오너 셰프들은 의아해하기도 혹은 웃어넘기기도 할 만한 일이다.

고바야시씨는 전직 IT 회사 직원이다. 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종사한 엔지니어이다. 그러한 사람이 식당을 설립했다. 그것도 은퇴 후의 식당 오픈이 아니라 결심을 세우고 식당을 오픈했다. 

우리는 식당을 오픈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다. 시기가 은퇴 후이든 은퇴 전이던 모두 다르다. 억지로 식당을 오픈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기존 직업에서 내려왔는데 앞으로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는 과정 중 탄생할 수도 있겠다. 그들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메뉴 중심? 식당 설립 동향 중심? 사람들이 즐겨 찾는 상권 중심? 어떤 경우든, 식당과 무관한 이전 직업의 지식과 경험은 단절되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 이것은 이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고바야시씨의 식당에는 전직 정보기술 엔지니어의 지식과 경험이 활용된다. 동선 등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여 인테리어에 반영한다. 1인이 운영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동선과 업무 처리 과정을 설계하고 이를 실험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IT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항상 운영되는 업무 처리 과정이다. 요건, 설계, 구현, 테스트, 전개, 피드백, 개선의 과정이 식당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중심에 놓여 있다.

필자는 예전 직장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섣부른 말이었다.

"은퇴하면 남는 것은 프레젠테이션 편집 능력뿐인데, 이걸 어디다 쓰겠어?!"

마치, 중고등학생일 때 치기에 젖어 하는 말과 거의 동일하다.

"영어 말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만한 것이 없어. 시장 볼 때 적분을 하겠어, 회사 들어가서 미분을 하겠어!?"

그런데 이런 말들은 모두 세상을 모르고 한 말이다. 선입견을 가지고 넘겨집다가 팔이 부러진 꼴이라 하겠다.

고바야시씨는 효율적 업무 처리 과정 구상 및 실현 외에도 오픈 소스의 원리를 적용한다.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하고 여러 사람이 도입하여 활용해 보고 좀 더 나은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참고하여 자신의 구상도 더 나은 모습으로 개선하는 과정. 아마도 이 책 역시 그런 의도의 출판일 것이다. 출판이란 무엇인가? 기록과 전파다. 남길 만한 것을 기록하여 여러 사람이 읽도록 하는 것이 출판이 가진 속성이다. 고바야시씨는 '너무 자세한 것 아니야?'라고 할 정도로 상세히 식당 운영에 대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고바야시씨의 식당에 대한 개념이다. 식당으로 '음식을 먹는 곳'이라고 정의한다면, 고바야시씨는 '무슨 음식'을 먹는 곳인지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먹는' 곳인지를 정의한다. 

한끼알바라는 서비스가 있다. 고바야시씨의 미래 식당에서 50분을 일하면 무료 식권을 준다. 이 알바에는 다양한 사람이 온다. 자신의 가게를 열려는 사람, 참여하고 싶은 사람, 호기심을 가진 사람 등등. 고바야시씨는 한끼알바에 참여한 사람의 속내를 파보지 않는다. 방해가 된 적도 있다. 그러나 한끼알바로 노하우를 배운 사람, 노동의 즐거움을 안 사람, 호기심을 충족한 사람 등 다양한 결과가 산출됐다. 이들 중에는 자신이 얻은 무료식권을 다른 사람(고바야시씨는 어려운 사람이 사용하길 원했다)이 사용하도록 식당 앞에 붙여 놓기도 한다. 월급날이 다 되어 돈이 떨어진 사람, 어려움에 배가 고픈 사람, 아니면 공짜를 원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공유된 무료 식권을 사용한다. 사용된 식권에는 발행 일자, 사용자의 느낌 혹은 생각 등이 적혀 정리되어 다시 식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공유된다.

고바야시씨는 매일 다른 메뉴의 정식만을 판다. 그 아이디어를 식사하던 중인 사람들에게 묻기도 한다. 그리고 중복되는 아이디어는 중복된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만을 밀어붙여, 무조건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일종의 기획 회의다.

미래 식당에는 자신이 마시고 싶은 음료나 술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마신만큼 가게에 기증하고 가면 된다. 별도의 자리 이용료 등의 금전 교환은 없다. 이렇게 마련된 음료나 술은 공짜로 다른 손님들에게 공개된다. 어떤 마음으로 음료나 술을 가져오든 이 규칙을 지키면 자신이 마시고 싶은 음료나 술을 마실 수 있다.

한끼알바로 인건비 추가 발생을 없애는 이득을 얻었다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방해가 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데. 무료 식권이 공유되어 매출에 영향은 없었나? 메뉴에 파는 술이 있는데 손님이 가져온 술을 무료 공개하면 매출에 영향이 있지 않나? 이런 의문들을 책에서 조곤조곤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도 책에 잘 나와 있다.

정식을 파는 식당은 미래 식당 주위에도 많을 것이다. 미래 식당의 정식이 타 식당보다 월등히 맛있다는 이야기도 없다. 식당을 차리기 전에 여러 식당을 돌며 수련을 쌓았다고 하고, 맞춤 메뉴를 해줄 정도의 기술을 보유하고는 있다. 그렇다면 미래 식당이 제공하는 차별화는 무엇인가? 정식, 식당, 손님이란 공통 요소 외에 무엇으로 재 방문율을 높이고 고객 범위를 확장하는가? 그 답을 구하기 위해 고바야시씨가 접근한 방향은, '어떻게 먹는가'이다.

식사를 하는 과정은, 정식이 나오면 수저와 젓가락을 들고 나름대로의 순서로 입에 놓고 씹어 삼키는 것이다.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다. 미래 식당은 맞춤 메뉴를 통해 변화를 주었다. 식당 주방 냉장고에 있는 식자재를 공개하고 그중에서 원하는 메뉴를 말하면 조리해 주는 것이 맞춤 메뉴다. 만화 '심야식당'의 방식과 유사하다. 메뉴판에 없더라도 식재료만 있으면 조리해서 제공한다. 한끼알바를 해서 무료 식권을 받고 당일 혹은 다음 날 사용한다. 노동을 대가로 제공하고 한 끼를 먹는 것이다. 혹은 남이 공유한 무료 식권으로 식사한다. 자신이 원하는 술을 가져와 마시고 그 절반은 가게에 남겨둔다. 혹은 남이 공유한 음료나 술을 내가 마실 수도 있다.  이렇게 '어떻게'를 차별화한 식당이 미래 식당이다.

이것이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의 한 사례이다. 전에 없던 사업을 시작해 신규로 시장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아닌, 기 구성된 시장에 이미 있는 식당이라는 상품을 내놓을 때 필요한 것은 차별화이다. 즉, 유사 식당들이 많은데 점심 혹은 저녁 시간에 '내' 식당을 찾을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혹자는 맛으로, 혹자는 이벤트로, 혹자는 서비스로 차별화를 구상할 것이다. 여기에 '어떻게 식사하는가'라는 측면도 하나 추가된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카페'를 낸다면 나는 '어떻게 차를 마시는 공간'을 만들 것인가?

*이미지는 여기서: Photo by Glenn Carstens-Peter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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