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가는 처음이었다 (2) 뉴욕이라는 그릇



태어나고 자라는 모든 시간을 도시에서 보낸 나에게 공원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뉴욕으로 오기 전에 나에게 누군가 “공원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은?”이라고 묻는다면, “대공원? 창경원? 올림픽 공원? 여의도 공원?”이라고 물음표를 붙여 답했을 것이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다. 왜 없을까? 2005년 당시나 지금이나 나에게 공원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 장소일까? 


 

나에게 공원은 동물이나 놀이기구, 잔디밭, 팔각정, 벤치가 있는 곳으로 소풍 가는 곳이었다. 연중 봄, 가을로 정규 소풍이나 사생대회로 가는 곳 말이다. 어쩌면 나는 무척 편리한 판단 속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린이 대공원을 초등학교 6년 동안 통틀어 12번을 갔으니 말이다. 물론 그 사이에 어린이 회관까지 견학하는 코스가 끼어들기도 했다. 6년간 12번 같은 장소에 가면 정말 속속들이 알게 된다. 선생님 눈을 피해 우리들끼리 이야기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학교에서 줄 서서 안내를 받고, 줄 서서 걸어가서, 학급 단위로 모여 오전 행사를 하고 김밥 도시락과 음료, 간식을 먹고 오후 행사를 하고 거기서 귀가하는 과정을 6년간 12번을 하면 우리만의 아지트가 개발된다. 보통 잔디밭 주위의 나무 뒤, 팔각정 1층 후면 기둥 근처는 행사 중에 이용하고, 점심시간 장소는 선생님 시야에서 벗어난 곳을 찾는다. 동물원이나 식물원도 점심시간을 쪼개어 다녀왔다. 구경이 아니라 신변잡기를 왁자지껄 떠들 뿐이지만 그것은 당시 우리의 자유 행동이었다. 


 

뉴욕에서 짧은 기간 동안 분가를 하며 처음 파악한 것은 마트였다. 일과를 무리 없이 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것’이 필요하다. 식자재 외에도 소모품, 비품 등을 정기적으로 혹은 비정기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도시에서 마트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다. 시골은 산에서, 밭에서 식자재를 채집을 통해 구할 수 있다. 국립공원이나 채취 금지 지역은 제외하고. 뉴욕은 도시이니 당연히 상점 위치를 종류별로 파악해 두어야 했다. 뉴욕에서는 마트 파악 외에 2 가지가 추가됐다. 하나는 카페이고, 또 하나는 공원이다. 카페는 서울에서도 눈만 돌리면 보인다. 그래서 용기만 내면 쑥대머리로 노트북이나 스마트 폰을 들고 모닝커피나 아침식사를 한다. 뉴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거대 브랜드 커피 전문점이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아기자기하고 약간은 절박한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카페라는 점이 다를 뿐. 


 

공원은 뉴욕에 꽤 많다. 가장 유명한 공원이 뉴욕 북쪽에 위치한 센트럴 파크 겠다. 우리 거주지는 이스트 빌리지다. 숙소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워싱턴 스퀘어 파크와 톰프킨스 스퀘어 파크가 있다. 조금 더 북쪽으로 걸어가면 유니온 스퀘어 파크가, 더 올라가면 매디슨 스퀘어 파크가 있다. 거주지 양쪽에 워싱턴 스퀘어 파크와 톰프킨스 스퀘어 파크를 거느리고 살자니 분가 기간 동안 집 밖에 휴게실 혹은 일광욕실을 하나 가진 것 같았다.  


 

뉴욕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아내의 안내로 나의 공원 관광은 시작됐다. 첫 번째가 뉴욕 도착일 발견한 유니온 스퀘어 파크다. 이 공원은 나에게 공원 옆 반스 앤 노블(바닥에 앉아서 책 보는 장소)과 Farmer’s Market(주말에 열리는, 인근 농장에서 나와 농산물, 원예품, 간식 등을 파는 주말장), 그리고 맞은편에 위치한 Whole Food(유기농 마트)가 있는 장소다. 두 번째는 NYU 건물(건물 앞 벤치 이용)을 통과해 도달하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아침 운동 장소)다. 이 공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침 운동을 하고 버스킹이 있으며 인도 등의 축제가 열린다. 나에게 이 공원은 센트럴 파크까지 아침 걷기를 시작하는 출발지이다. 세 번째는 톰프킨스 스퀘어 파크. 아침에는 노숙자를 위한 무료 식사가 마련되고, 자주 가는 마트(버드 와이저 28개 캔을 $20에 구입한 곳)가 있는 곳이며, 태극권을 하는 중국인+과 영화(에단 호크, 기네스 펠트로의 ‘위대한 유산’)가 촬영된 분수가 있는 곳이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는 나에게 벤치(독서 혹은 간단한 식사)와 맛있는 버거 가게(팔각정 모양의 버거 가게가 있었다)를 간간히 이용하는 공원이다. 뉴욕 북쪽에 위치한 센트럴 파크는 유명 브랜드 상점이 있는 5th를 통과하고, 큰 잔디밭(독서, 피크닉, 낮잠 등의 장소)이 있는 곳이며, 입구 근처 보트장에서 핫도그를 사 먹는 장소다. 또한 왕복 130분이 소요되는 아침 걷기 반환점이다. 센트럴 파크는 나에게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를 감싼 서먼 러닝 트랙(격주로 걷는 코스)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사유지(물론 잠겨 있지만, 나무가 울창해 들어가 보고 싶은 장소) 공원도 있다.  


 

뉴욕의 관광객 혹은 사람들은 공원에서 독서를 하고 음악을 듣고 운동을 하며,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버스킹을 하고 둘러서서 혹은 바닥에 앉아서 피크닉을 즐긴다. 강아지 혹은 개와 함께 온 사람들은 강아지 공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 이들의 목줄을 풀어준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반려 동물 간 소통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울타리 바깥 벤치에 앉아 휴식 혹은 재 충전을 한다. 나에게 독서는 소파, 책상, 침대에서 하는 행위였는데, 남들이 하니까 자연스럽게 나도 벤치에서 독서를 하고 잔디밭에서 음악을 듣게 됐다. 이것을 체류 기간 동안 매일 했다. 방금 ‘남들이 하니까 했다’고 했는데, 따라 했다기보다 ‘어울렸다’가 맞는 표현이다. 그런 문화가 있고 그런 문화가 있는 장소에서 장기 체류를 하니 그런 문화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직업을 알 수 없는 ‘오전 11시 조깅족’의 문화까지 어울린 것은 아니지만. 한 달 후가 되니 마트와 공원은 필수 파악 장소가 됐다. 


 

습관이 주는 무서운 점은, 귀국 후 전세를 옮길 때 가까운 공원을 찾게 한다는 점이다. 강동구에 이사 갈 때는 올림픽 공원까지 도달 시간을 파악했고, 용인에서는 분당 공원과 탄천 양쪽의 둘레길을 파악했다. 여기서 어울린 문화는 대부분 걷기였고, 올림픽 공원은 큰 잔디밭으로의 피크닉이 시도됐다. 차를 타고 가야 할 거리이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뛰어놀고 사방에서 공놀이가 진행됐다. 차이점은, 용도별 공간을 자율적으로 구분하는가 였다. 탄천 둘레길 외에 공원은 독서하는 장소와 공놀이 하는 장소가 뒤섞여 있었다. 여기까지 적다 보니 ‘아!’ 싶다. 커다란 장소에 모이는 사람들이 공원에 인위적으로 설치된 장소 구분 외에 자율적으로 공간을 구분해 사용할 경우 자신의 선호에 따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이 어울림이 반복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1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아!’ 싶다.  


 

굳이 여기서 뉴욕 카페 생활을 필수 장소인 것처럼 언급하다 중단한 이유는 ‘뉴욕이라고’ 다른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페는 서양 차를 마시는 곳이다.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커피 & ‘대화, 독서, 인터넷 등’이 가능한 장소다. 큰 차이점이 없어서 이것으로 정리한다. 뉴욕이라고 해서 다른 이유는 없었다. 굳이 뉴욕 카페의 이국적인 점이라면, 벤티 컵 사이즈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아이스 라테 벤티의 양은 간단히 세수와 세안을 할 정도였다. 그것이 국내에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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