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낡은 운동화를 챙겼다. !! 지난 이야기





Street, NY (1)

NY에서 많은 것을 보고 싶었다.

대학을 다니며, ‘유학’이 가고 싶었다. 꽤 강하게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열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갈망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유학’을 가지 못했다. 지금 기억에 TOEFL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하긴 했었다. 그러나 난 ‘유학’을 가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가지 않은 것이다. 어설픈 바람.

계획과 이행이 없는 ‘바람’은 부질없는 망상이다. 나의 유학 준비는 씨앗을 땅에 심고 물 한 번 주고 끝이 났다. 이유는 여러 가지를 만들었었다. 내 탓은 별로 없는 이유들. 그렇게 끝이 났다. 아니 약간의 흔적은 남았다. 그 흔적이 이번 NY로의 장기 체류로 이어졌다. 그리고 생전 첫 미국 여행을 NY 장기 거주로 이행했다.

이 흔적은 다른 것으로도 연결되었었다. 2000년 일본 동경으로 여행을 떠났다. 총 9일 동안의 여행. 연휴에 붙여서 연차 휴가를 내고 9일을 만들었다. 가는 이유는 한 가지. ‘3개월, 그것도 11년 전에 3개월 간 배운 일본어로 나는 과연 9일을 견뎌낼 수 있을까?’ 대학 재학 시, 한 그룹이 뒷배를 대어 각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아 일본 횡단 견학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그곳에 참여하게 되어 열도를 가로로 횡단한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새마을호로 이동하고, 부산에서 일본까지 카멜리아 여객선을 타고 건너갔다. 연륜 깊은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과 유명 교수들의 선상 강의 등을 들었다. 열도를 가로로 횡단하며 그들의 사회 간접 자본 시설을 살펴봤다. 그래서 두 번째 열도 여행이었다. 단지 홀로 떠난 이 여행은 열도 횡단 견학과는 주제가 달랐다.

번역 기간 등을 감안해도 연재만화의 다음 권은 참 더디게도 나왔다. 지금도 그리 빠른 것은 아니다. 그래서 동경의 만화 백화점을 가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다. 즐겨 읽던 만화들이 원본을 보고 싶었다. 당시 해적판으로 수입되어 만화방에 있던 만화들의 원작. 어설픈 모자이크 처리가 없는 원본 그대로의 그림을 보고 싶었다. 두 번째 주제는 그곳에서 먹고, 걷고, 구경하는 일이다. 11년 전 배운 어설픈 일본어로 처음 가는 길을 찾고, 주문을 하고, 결국 호텔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지, 스스로의 테스트. 그것이 두 번째 주제였다.

한 챕터가 10~20 줄의 문장으로 된, 당시 20년도 더 된 교재니까 지금부터 시간을 계산하면 50년 전에 나온, 일본 현지 교과서였다. 뒷 챕터는 문장이 더 많았지만 초반부는 그러했다. 그 교재로 1:1 대면 학습을 했었다. 재일동포로서 침술 공부까지 하신, 당시 이미 환갑은 한참 전에 넘어 버린 할머니가 센세이셨다. 누나는 1년을 꾸준히 공부해 네이티브의 왕좌에 올랐고, 나는 3개월 만에 그만두었다. 삶에 갈망하는 것이 없는 사람의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당시 공부 방법은, 히라가나와 카다가나를 외우고, 발음 교정을 받고, 교재 한 챕터를 외워서 센세이께 가면 그 자리에서 외우고 다음 챕터를 한 문장 당 10번씩 읽으며 발음 교정을 받는 식이었다. 그런 교습 방식이 좋았던 걸까?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것은, 저것은.. 이렇게 떠오른다.

NY는 이루지 못한 유학이라는 꿈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말로만 듣고 방송으로만 봤던 미국을 가보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만의 여러 가지를 보고 싶었다. 집-회사만 반복하던 내게 ‘이국적인가’ 여부의 기준이 일반인보다 낮고 특이할 것이라고는 떠나기 전엔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내는 운동화를 챙겼다. NY에서 잔뜩 걷고 새 운동화를 사서 오겠다는 각오다. 난 당시 클라이언트의 할인 티켓이 있어 협력사 가격으로 산 운동화를 내 발에 맞게 길을 들이겠다는 각오다. 지금 생각하면 ‘걷는 여행’을 기획한 우리가 좀 특이하다. 지금이라면 가고 싶은 곳을 골라 지하철이든 버스든 교통편을 알아 놓고 점대 점으로 이동했을 것 같다. 그러나 당시엔 서울 중구 만한 뉴욕 맨해튼을 걸어서 이동하는 ‘선형적 여행’을 생각했다. 많이 볼 각오를 우리가 하고, 카메라도 비행기가 가지고 탈 가방에 챙겨 미국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니 운동화를 들고 각오도 하지 않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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