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2020 블랙 프라이데이 에세이




2020년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Black Friday는 어떨까? 온통 마스크 쓴 사람들이 상품 쟁탈전을 벌일까? 그래서 마스크가 벗겨지고 흥분한 상태로 호흡이 불규칙하게 씩씩대며 확진자 수가 장바구니에 할인 상품 담기듯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까? 아니면 광속으로 클릭하며 ‘왜 내 손가락은 이것 밖에 되지 않냐!’고 태생을 한탄하며 장바구니를 폭파시킬까? 매년 블랙 프라이데이의 상황은 외신 토픽의 한 켠을 차지했다. 소위 ‘the Pandemic’은 2020년 블랙 프라이데이에 무슨 짓을 할까?

블랙 프라이데이는 할인 폭이 큰 세일 기간이다. 그 폭이 얼마나 크냐면, 가격이 높지만 필요한데 구입하지 못한 상품을 이 날 한꺼번에 마련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쇼핑객들의 수와 열정과 다툼이 어느새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유통에 물들었다.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같은 기간은 아니라도 블랙 프라이데이 이벤트를 한다. 물론 아직은 겁을 많이 내고 있다. 서서히 할인 폭을 키울까, 아니면 몇 년 추이를 지켜보다가 ‘짠!’ 할까?

우리나라 유통은 PB 상품을 통해 가성비를 채우고 있다. 1년 내내 이벤트를 진행한다. 그러니 블랙 프라이데이처럼 ‘몰아주기 할인’을 할 여력이 없거나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러다가 ‘싸게 해 주면 다 사’라고 소비자를 잘 유도 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색은 하지 않겠지. 하지만 세상은 이런 일면도 지니고 있다. 손을 잡고 싼 상품 앞으로 데리고 가지 않지만, 스스로 제 발로 걸어서 우리가 그 앞에 서서 고민하는 것도 사실이다. 싼 데 쓸 만하니까!

걱정 또 하나. 우리에게 가성비란 ‘싼 데 쓸 만한 것’으로 자리 잡는 것 같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약자이니 올바른 인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가성비의 정의에서 스스로 원해서 놀아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성가비.

성가대 입회비란 의미가 아니다. ‘성능 대비 가격’. 물론 말장난처럼 들리겠지. 그러나 우리는 ‘살 만한 것 중에 가격이 수용 가능한 상품’으로 정의를 바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것이 말장난이 아니라는 근거는 또 있다. 가성비의 정의를 성가비로 변경한다는 것은, 우리가 ‘소비자로서 선택의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살 만한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식별 능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런 식별력은 나이 많으신 ‘엄마’일수록 높다. 물론 수십 년간 전업주부로서의 내공과 연륜을 몸과 마음으로 쌓은 분이어야 할 것이다. 연세는 같은데 수십 년간 사회생활을 하신 탓으로 어제 결혼한 젊은 주부와 마찬가지의 살림 능력과 상품 구입 능력을 가진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 액면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잊을 만하면 상기되는 지도 모른다. 또한 이 문단을 성 차별 문단으로 인식하지 말길 바란다. 오늘 기준 60대 이상 부부 중에서 남자가 살림을 더 잘하는 경우도 많다. 젊은 주부가 남성인 경우도 많다. 이제 ‘주부’는 직무명이지 성별 표시자가 아님을 인식해야 할 때다.

각설하고, 우리는 구입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구입을 ‘가지고 싶은 것을 사들이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물론 자기 돈으로 사들이든, 신용카드를 매개로 남의 돈으로 사들이든. 그러나 구입은 ‘필요한 것을 사들이는 행위’다. 이미 집에 있는데, 지금은 필요하지 않지만 할인을 해서 구입하는 것은 ‘쇼핑으로 현실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는 사람들’의 행태일 뿐이라고 감히 이 순간 단언해 본다.

한 기업이 혁신을 일으킨다. 전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에 큰 자부심을 느낌 이 기업은 입이 찢어질 정도로 벌려 가능한 모든 사람들에게 알린다. 즉, 이 혁신은 이 기업의 일이다. 내가 연관된 일이 아니다.

내가 상품과 엮이는 이유는 내게 필요한 것이 어떤 상품과 연결될 경우다. 그 상품이 업계가 놀랄 만큼의 혁신을 담고 있어도 그것은 그들의 일이다. 필요하니 혁신을 일으켰겠지. 그런데 그 혁신이 나에게 필요한 영역 외에 있다면 ‘아! 노력하셨구나’와 “짝 짝 짝”이면 된다. 수고한 만큼 응원을 하면 세상은 부드러워지고 살만해 지니까. 그러나 이 이야기의 화두 속에서는 나와 무관한 일이다. 적어도 내게 그 상품이, 혹은 그 상품이 속한 카테고리가 필요하기 전까지.

이렇게 요즘 내 마음을 다잡고 있다. 

소위 ‘어얼리 어댑터 Early Adaptor’였다. 
- 이 글을 쓰고 있는 MacBook Air(2010년 버전)
- iMac(2011년 버전; 현재 모니터가 나오지 않지만 2nd 스크린 연결하면 사용할 수 있음)
- iPad 2(2011년 버전; 떨어뜨려 스크린에 지진이 났지만 아직 스트리밍 보고 있다)
- iPad Air(2013년 후반 ~ 2014년 초반 사이; 전원 코드를 빼면 바로 꺼진다)
- iPhone 7(요즘 동영상 몇 개만, 그것도 YouTube 짧은 동영상을 몇 개만 보면 남은 전력이 30%로 떨어진다)
맞다. 애플 빠다.

좋아해서 샀다. 애플의 제품을 계속 사용하고 싶어서 쌈짓돈 털어서 그들을 먹여 살렸다. 애플은 우주선 닮은 캠퍼스를 짓고 살지만 나는 그 우주선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브랜드이니, 내가 팬이니까, 나의 스타를 위해 내 돈 정도는 쏟아 붓는, 팬으로서의 자세를 가지고 있다.

이런 소비자였으니 그 마음을 잡아야 한다. 미니멀리즘이든 뭐든 간에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거나 이미 집에 있을 경우 구입하지 않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몇 년, 이젠 이런 글을 쓸 정도가 됐다.

그러나 나는 인간이다. 그러니 아직도 불쑥 불쑥 지금 가지고 있는 도구들의 단점을 스스로 까발려 비판하고 대안이 필요하다며 나에게 외친다. 그러면 솟아 오른 욕망이 어느 정도 낮아진다. 다시 솟아오르면 또 신제품의 상세 사양을 검색하며 감탄을 한다. 그러면 다시 가라앉는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되면 그동안 마음속에 콕콕 박아둔 신제품들의 가격이 미친 듯이 내려갈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미국이 아니고, 우리나라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지사이므로 본사의 정책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영업마케팅 조직일 뿐이니까. 물론 성과도 올려야 하지만 지사의 의무는 잘 파는 역할도 있지만 잘 준수하는 역할도 있으니까.

그러니 스스로의 마음을 잡고 블랙이든 화이트든 내가 필요하지 않는 순간에는 눈도 깜짝해서는 안 된다. 가성비든 성가비든 그 향기에 코를 벌금 거려서도 안 된다. 돈이란 계속 생기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필요한 것만 사고 지내기에도, 오르고 오르는 물가로 인해 지갑에서 나가는 속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 그래서 100g 당 단가가 아니고 계산대에서 나가는 돈을 기준으로 싼 것을 구입한다. 필요하지 않으면 구입하지 않는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남의 이야기다. 가성비든 성가비든 나 몰라라 한다. 

그렇지만 이럴 때의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이런 일로 스스로를 불쌍하다거나 가난하다거나 빈 하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 맞게 살아가니 오히려 잘 지낸다고 어깨 툭툭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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