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떻게 되었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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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이다.

2020년 3월은 어떠했나? 이 기사는 3월 봄을 맞아 지난해를 회상한다.


판데믹이 시작되고, 재택 근무 시대의 문이 열렸다. 아침에 일어나 허리 스트레칭을 하고 씻는다. 홈웨어로 갈아 입고 아침을 차려 먹는다. 좀 여유 있게. 시리얼을 허겁지겁 마시지도 않고 토스트 가루를 뒤로 흩뿌리며 달리지도 않는다. 잼도 놓고 달걀 프라이도 반숙 성공. 오늘은 캡슐 커피 각. 설거지를 하고 손을 씻고 책상 앞에 앉는다. 

컴퓨터를 켜고 작업 프로그램을 기동한다. 메일 클라이언트를 열고 업무 연락을 정리한다. 아침부터 톡이 울린다. 파일은 메일로 보내란 말이다! 일을 시작한다. 어! 프린터가 없다! 사무실과 집 작업실의 차이는 프린터가 있는가 이다. 이면지 쓰기를 생활화해서 굳이 메모장을 사지 않았던 기억이 새록하다. 사무실에서는 보고 하기 전에 인쇄를 해서 다시 읽는다. 오타나 문장이 이상한 부분이 작성하던 스크린으로 보던 것보다 잘 보인다. 빨간 펜으로 쓱쓱 표시를 한다. 

검색 엔진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싼 프린터를 찾는다. 최근엔 기기 가격 외에도 구입 후 유지보수 비용도 따진다고 한다. 기기 값은 싸지만 카트리지가 비싸면 아웃! 고르고 고르다가 드디어 장바구니에 넣는다. 그리고 잠시 대기. 한참 화면을 노려보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 구매하자!'하고 브라우저를 닫는다. 일상의 대부분을 디지털화 해서 종이와 펜이 거의 필요치 않도록 노력했는데, 은근히 프린터를 사용할 기회가 생긴다. 왜 공문서는 PDF 저장으로 메일에 첨부할 수 없을까? 왜 프린터를 찾나? 최근엔 PDF 저장이 가능하고 전산화 된 기관 시스템 덕분에 인쇄할 일이 많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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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프린터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영어 회화 책을 조금씩 공부할 때 1주일 분량만큼 인쇄할 때다. 외국어 공부에 대한 생각이 새롭게, 갑자기 바뀌면서 회화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시험을 보고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막 없이 영화를 보고 영어 사용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싶었다. 읽고 싶은 영어 잡지나 책을 술술 읽고 싶었다. 아마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그 다음은 일어일 것이다. 애니메이션 자막 없이 보기에 도전하고 싶다. 그 다음은 요즘 꽂혀 있는 중국 로맨스 소설 읽기. 바벨탑의 저주를 넘어 원하는 컨텐츠를 마음껏 읽고 듣고 시청하고 싶었다. 소셜 미디어 중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은 바벨탑의 저주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이미 시작했다. 나 역시 그 도전에 동참하고자 한다.

문화와 기호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이 와중에도 사무실 출근을 고집하는 회사도 있다. 일하는 방식과 일시키는 방식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이 눈앞에 보여야 하는 문화에서 재택근무는 큰 고민을 일으키는 제도 변혁이다. 어떤 부서는 재택근무 전환에 큰 고민이 없지만 어떤 부서는 재택근무가 가능할지 싶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과연 일을 할까?'


재택근무를 하다보면 일을 하다가 택배를 받으러 가고, 점심을 먹고 설거지까지 하고 의자에 앉는다. 아이의 식사도 챙겨준다. 아이 온라인 수업 쉬는 시간과 내 쉬는 시간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일하다가 아이를 상대하는 빈도가 낮지 않다. 아이의 공부를 봐주는 동안 주간 일과는 일시정지 된다. 회사의 우려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과 일상이 뒤섞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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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할 때,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이 연애 기간을 거쳐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대부분 자기가 살던 방식을 고집하며 다투고 언쟁을 벌인다.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상대의 부정을 참을 수 없다. 그들을 놓치고 있던 것이다. 두 세계의 사람들이 만나 가정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때 새로운 룰(rule)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한 1~2 개월 아이와 나의 일과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많은 실패 그리고 충돌을 경험 했다. 지금은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적어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하나의 규칙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긴다. 따라서 삶의 유연성과 협의 문화를 키울 필요가 생긴다. 또 서로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함께 갖게 되면, 시간이 걸릴 뿐, 일은 해결 된다.

거의 일정한 기온, 거의 변화 없는 옷차림, 변화 없는 일상. 그 속에서 우리는 계절을 잊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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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복장으로 갈아입지 않지 않는다는 점이, 그리고 출근 신발을 신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출근할 때는 계절과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오늘 춥데", "낮에는 덥다던데?" "오후에 비 온데!" 이런 계절 및 날씨에의 적응이 재택근무에서는 없다. 

날씨가 추우면 보일러를 틀고, 날씨가 더우면 에어컨을 켠다. 실내 온도가 거의 일정하고, 홈웨어는 2~3일 이상 동일한 옷을 착용한다. 최근 봄과 가을이 짧아지면서 홈웨어는 거의 두 종류로 1년을 난다. 여름 홈웨어와 겨울 홈웨어. 두께 차이는 크지 않다. 면 티를 속옷처럼 받쳐 입고 더우면 겉 상의를 벗고 추우면 다시 입는다. 도시 가스 비용과 전기 비용이 서로 오르락내리락 할 뿐이다. 덕분에 의류 구입비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옷을 오래 입는 편이다. 10년째 입는 옷도 있다. 유행이나 트렌드는 내가 사는 세계에 없다. 패션은 컬러나 스타일 하나를 중심으로 자신의 취향과 선호를 조화롭게 구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트렌드가 아니라 기호나 선호의 변화가 의류 구입 이유다. 출근 복장은 아무래도 타인과의 생활을 전제로 하니 그럴 수 없었지만, 홈웨어 정도는 뭐. 그러니 계절이 어떻게 되던지 출근 시대보다 민감하지 않다.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침마다 날씨를 보니 당연히 계절의 변화는 알게 된다. 그렇다고 집 밖에서 하루 종일 생활하던 때에 비하면 변화는 매우 적은 편이다. 외출하는 경우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위해 현관을 나서는 정도. 장도 전자상거래로 처리한다. 업무용이든 일상용이든 소모품도 온라인으로 구입한다. 내가 고르던, 타인이 골라주던 차이가 크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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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3월은 준비 기간이었다. 마스크, 손 세정제 및 소독제, 대문을 건너갔다 오면 바로 손 씼기. 외출한 옷을 매일 세탁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세탁실 문을 활짝 열고 한 동안 걸어 두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마련하기 위해 약국 앞에서 줄을 서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나가지 않을 줄 알았다면 그렇게 애를 쓰진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란 과연 존재하는지, 시간이란 무엇인지 강좌를 들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해 보자. 1초 전을 과거라고 하고 1초 후를 미래라고 하자. 그럼 현재는 1초미만이 된다. 아주 찰나의 시간만이 현재이다. 과거를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알 수 없으니 현재에 집중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찰나에 집중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다. 출퇴근을 하던, 재택근무를 하던 이는 변치 않는 사실인 것 같다. 그럼 현재가 1초든 차라든 하루 24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지금,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 24시간은 변치 않는 정량이다. 출근이든 재택이든 시간 충실도는 변함없이 추구할 가치다.

아이와 나의 하루 일과를 맞추고 서로 조정한다. 3식을 하기로 하고 식사 준비 시간에 알람이 울리도록 했다. 장은 1주일 단위로 보고 매주 하루를 정해 소모품 재고 파악을 하고 장을 본다. 재택근무라도 주중과 주말 기상 시간을 일관되게 유지 한다. 일상의 긴장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회사 일은 두서없이 주어지지만, 새로운 체계를 만들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발견한 시간 활용 체계다. 90분 일하고 30분 쉰다. 다시 90분 일하고 15분 쉰다. 그리고 45분 일을 한다. 이것이 한 가지 일에 배당된 일일 작업 시간이다.

작업과 일상의 일을 중요한 일과 해야 할 일로 나누었다. 중요한 일은 목표 달성 및 예방 활동이다. 해야 할 일은 개선했을 때 업무나 일상이 더 나아지는 일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하고, 토요일은 주간 피드백을, 일요일은 차주 계획을 세운다. 아침 책상에 앉으면 하루 일과를 시뮬레이션 한다. 그리고 지킨 분량 정도로 일과 계획을 세운다. 물론 작업이 복병이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므로 두서없이 일하는 파트너를 만나면 일과가 어그러진다. 그럼 내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변화를 기해 조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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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왓챠를 번갈아 타며 더 자주 영화와 드라마를 접했다. 그동안 나중에 봐야지 하며 '찜'해 놓은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가 산처럼 쌓였다. 이것 보다가 저것 보다가 했다. 풍요 속의 빈곤을 체험했다.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편성을 했다. 찜 목록에서 지금 끌리는 작품들을 요일별로 보는 날을 정했다. 주말 영화, 월화 드라마 뭐 이런 구성이다.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보다가 재미가 없으면 시청 기록을 날리고 새롭게 시작했다. 찜 목록이 얇아지기 시작했다. 아직 북한산이 남산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감도 오지 않지만 찜 목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언제나 집 작업실엔 음악이 흐른다. 에어팟이나 이어팟이 아니라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그러다 선호하는 음악을 만나면 볼륨을 키운다. 물론 아이 공부에 방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듣는 방식을 바꿨다. 화이트 노이즈는 신곡 리스트와 순위 랭킹이 담당한다. 간혹 뮤직 DJ들의 선곡으로 채우기도 한다. 시간이 나서 집중해서 듣고 싶을 때는 좋아하는 가수를 집중해서 듣거나, 테마를 세워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듣는다.

지난 해 3월에는 랜선 여행 하고 있었다. 세계 명소를 구글 어스를 통해 위성사진으로 살펴봤고, 옆에서 클로우즈 업도 했다. 비행기 예약도, 여행 가방 준비도 없었다. 일과 일 사이에 보고 싶은 해외 명소를 10~15분 만에 살펴봤다. 오히려 더 나았다. 골목에 갇혀 대문과 담을 보며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건물 위에서, 마치 드론 촬영 뷰로 여행지를 살펴보았다. 올해 3월에도 랜선 여행은 계속 된다. 다만 변화가 있다면, 쇼핑몰 여행 상품을 조회하고 그 지역을 구글 어스로 살펴본다.

Photo by NASA on Unsplash

구글 어스는 언제나 지구 원 샷에서 시작한다. 비행기가 아니라 비행접시를 탄 것 같다. 아무리 랜선 여행이라도 여행의 필수 요소를 제외할 수 없다. 여행의 필수요소는 이동이다. 그러니 지구 전체를 비추는 샷에서 출발한다. 슉~ 들어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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