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 아래는 초원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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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이 이츠키는 3년 전 산 절벽에서 떨어진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후지이 이츠키의 3주기에 참여한다. 그녀의 곁엔 아키바 선배가 있다. 그녀의 마음속에 아직 후지이 이츠키가 있다. 절벽에서 떨어졌으니 사망이 분명하지만, ‘조난’이라는 말은 와타나베 히로코가 ‘아직 모르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잊지 않을 이유로 마음을 손으로 꼭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후지이 이츠키의 옛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와나타베 히로코. 첫 편지는 ‘잘 지내? 난 잘 지내’였다. 거짓이다. ‘잘 지내’와 회상의 관계는 함께 할 수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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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기대는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아키바 선배에게 ‘천국으로 보낸 편지’라고 말한다. 만일 천국에 편지를 보낼 수 있고 천국에 있는 후지이 이츠키가 ‘나는 잘 지내’라고 답장을 보냈다면, 와타나베 히로코는 화를 내지 않았을까? “내가 없는 곳에서 잘 지내?” 후지이 이츠키와 닮아서 자신을 보자마자 “사귀자!!“라고 한 것이 아닌지 질투를 떤 와타나베 히로코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답장을 받고 반갑다 거나 화가 난다거나 하지 않고 신기해한다. 오히려 후지이 이츠키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와 대화를 이어가려 한다. 동명이인으로 밝혀진 후에도 편지를 계속한다. 그 안에 원망은 없다. 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후지이 이츠키와의 편지 교환이 가능함에 대한 일말의 안도였을까?

이 영화 어디에도 ‘첫사랑’임을 증명하는 대사는 없다. 포스터 가득, 리뷰 글 가득 ‘첫사랑’ 영화라고 적혀 있다. 후지이 이츠키에게는 중학교 때였고 와타나베 히로코는 아키바 선배가 소개해 달라고 한 대상이었기 때문에 첫사랑 영화가 된 것일까? 중학교에서 첫사랑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까? 애인이 없는 사람이었으니 소개의 대상이 된 것이라 그런 걸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음을 우리는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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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가슴 아픈 이유는 배신 없는 배신, 잘못 아닌 잘못으로 인식하기 때문은 아닐까? 마음 가득 채운 사랑을 지키지 못해서. ‘끝까지 지키는 것이 미덕’인 사랑의 원칙,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원망. 이것이 의미 없는 죄의식을 일으키고 끊임없는 회상을 야기하여 잊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 물론 맞대응하는 이견도 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이 영화를 첫사랑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잊지 못한 사랑이 야기한 편지가, 자각하지 못한 옛사랑을 인식하게 하고 그가 나에게 애정이 있었음을 알게 한, ‘시간을 찾아서’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시간을 찾아보고, 내가 자각하지 못한 시간을 찾아보는 ‘시간을 찾아서’.

내가 와타나베 히로코라면 어떻게 했을까? 갑자기 사별한 내 사랑, 3년이란 시간이 지나도 놓지 못하는 감정. 어떤 죽음이라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갑작스러운 사별은 어떤 죽음보다 많은 아쉬움을 야기한다. 나는 그 아쉬움에 감정을 놓지 못하고 옛 주소로 편지를 보냈을 지도 모른다. 나 역시 안부 편지였을까? 그것은 잘 모르겠다. 표현하지 않는 후지이 이츠키에게 보내는 편지이니 ‘보고 싶어’라고 보내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지내?’는 죽음을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난 잘 지내’는 손잡은 연인이 아니라 헤어진 옛 연인의 안부 전하기다. 이성적 인정이 손에서 감정을 놓게 하지 못함을 우리는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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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잘 지내? 난 잘 지내’는 ‘혹시?’의 마음이라면, 마지막 ‘잘 지내? 난 잘 지내!’는 ‘안녕’이라는 마음일 것이다. 

온 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너의 중학교 시절이었으니, 반지를 손에 쥐고도 청혼하지 않은 너였을 거야. 오히려 내가 청혼 했지.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있어? 난 이제 잘 지내려고 해. 너를 놓지 못한 내 곁을 지키는 그가 있어. 이젠 네가 돌아올 수 없다는 것도 알아. 나만 남았지. ‘잘 지내? 난 잘 지내’, 그리고 ‘잘 지내. 나 잘 지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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